팀 쿡, 애플 CEO 15년 만에 퇴임…‘수플레’를 완성하다
기사 입력시간 : | 원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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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팀 쿡은 CEO 취임 이후 애플의 시가총액을 약 3,500억 달러에서 4조 달러로 성장시키며,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 구조에 서비스와 웨어러블을 추가하여 기업 가치를 높였다고 전했습니다.
- 그는 애플의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비즈니스를 확대하여 지속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그러나 팀 쿡의 재임 기간 동안 혁신적인 신제품 부족과 AI 경쟁에서의 뒤처짐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으며, 이는 그가 후임자에게 남긴 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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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역사에서 스티브 잡스 이후 가장 오랜 기간 회사를 이끈 팀 쿡이 15년간의 CEO 임기를 마쳤다. 2011년 8월 24일 CEO에 취임한 이후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애플의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한편, 서비스와 웨어러블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며 애플의 체질을 바꿨다. 2026년 9월 1일부터는 CEO 자리를 존 터너스에게 넘기고 애플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을 이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팀 쿡은 잡스의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려 하지 않았다. 제품의 혁신보다 운영의 효율성을 중시했고,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 구조에 서비스와 웨어러블을 더했다. 그 결과 애플은 팀 쿡의 재임 기간 동안 시가총액 4조 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제품을
세계에 퍼뜨린 공급망 전문가
팀 쿡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CEO가 되기 전부터 드러났다. 그는 1998년 애플에 합류한 뒤 전 세계 판매와 운영, 공급망을 담당했고, CEO 취임 직전에는 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았다. 애플의 공급망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하면서 생산업체와의 관계를 정비하고 재고와 생산 효율을 개선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스티브 잡스의 제품 철학과는 상당히 다른 영역이었다. 잡스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팀 쿡은 그 제품을 전 세계에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강점을 보였다. 복잡했던 생산과 물류 구조를 정리하고 외주 생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애플은 막대한 규모의 제품을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운영 능력은 팀 쿡이 CEO가 된 뒤에도 애플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공급망은 더욱 거대해졌지만, 애플은 수백만, 수천만 대의 제품을 일정한 품질로 공급하는 체계를 유지했다. 팀 쿡은 화려한 신제품보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운영 시스템을 통해 애플의 규모를 키운 셈이다.
아이폰 회사에서
서비스와 생태계 기업으로
팀 쿡 시대의 또 다른 변화는 애플이 하드웨어만 판매하는 기업에서 서비스와 생태계를 함께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팀 쿡이 앱스토어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기존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비즈니스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애플 페이를 시작으로 애플 뮤직, 애플 TV+ 등을 선보였고, 이후 애플 원을 통해 여러 서비스를 하나의 구독 상품으로 묶었다. 애플은 아이폰을 판매한 뒤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고 결제하고 각종 콘텐츠를 이용하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서비스 사업은 이제 애플의 핵심 성장축 가운데 하나가 됐다. 최근 회계연도 기준 애플의 서비스 매출은 1,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높은 수익성을 가진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웨어러블 역시 팀 쿡 시대의 대표적인 성과다. 애플 워치와 에어팟은 새로운 제품군으로 자리 잡았고,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애플 생태계를 더욱 확장했다. 여기에 자체 설계 칩인 애플 실리콘을 통해 맥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크게 끌어올리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설계하는 애플의 강점도 한층 강화됐다.
애플을 더욱 거대한 기업으로 만들다
팀 쿡의 성과를 평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애플의 규모 자체가 얼마나 커졌느냐는 점이다. 팀 쿡이 CEO에 취임한 2011년 애플의 시가총액은 약 3,500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후 아이폰의 지속적인 성장과 서비스 및 웨어러블 사업의 확대가 맞물리면서 애플의 기업가치는 2026년 4조 달러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커졌다.

이 기간 애플은 단순히 매출이 늘어난 것뿐 아니라 사업의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 아이폰이라는 거대한 핵심 사업을 유지하면서 서비스와 액세서리, 웨어러블, 자체 반도체 등 새로운 수익원을 추가했다. 팀 쿡의 능력은 완전히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데 있었다기보다 이미 성공한 사업을 더 크고 효율적으로 확장하는 데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위기에서 구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통해 기업의 방향을 바꾼 인물이었다면, 팀 쿡은 그 기업을 세계 최대 수준의 규모로 확장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로 바꾼 인물에 가까웠다.
기업의 가치에도 변화를 가져와
팀 쿡의 애플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서도 잡스 시대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환경 문제와 개인정보 보호, 공급망 노동환경, 다양성과 포용 등을 기업의 중요한 가치로 내세웠다. 대표적인 것이 '애플 2030'이다. 애플은 2030년까지 공급망과 제품을 포함한 전체 가치사슬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적용하며, 운송 과정의 탄소 배출도 줄이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모두 팀 쿡 개인의 공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애플의 핵심 경영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팀 쿡의 리더십이 미친 영향은 분명하다. 애플은 더 이상 제품만 잘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는 기업이 됐다.
혁신의 공백이라는 그림자도 남겨
그렇다고 팀 쿡의 15년이 모두 성공으로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비판은 스티브 잡스 시대와 비교했을 때 혁신적인 신제품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애플 워치와 에어팟은 성공적인 제품군으로 자리 잡았지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애플의 사업 구조 자체를 뒤흔든 제품은 아니었다. 2024년 출시된 비전 프로 역시 기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높은 가격과 제한적인 활용성 때문에 대중적인 제품으로 자리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임기 후반부에는 인공지능 대응이 팀 쿡 시대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경쟁사들이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동안 애플은 상대적으로 늦게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았고, 시리와 애플 인텔리전스의 발전 속도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결국 AI 경쟁에서 뒤처진 것이 팀 쿡 시대의 대표적인 약점으로 남게 됐다.
중국 제조 의존도와 규제 문제 역시 팀 쿡이 후임자에게 남긴 과제다. 팀 쿡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공급망을 구축했지만, 동시에 그 공급망이 특정 지역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문제도 함께 안게 됐다. 애플이 인도 등으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잡스가 레시피를 만들었다면,
팀 쿡은 수플레를 완성했다
팀 쿡을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잡스는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제품을 통해 사람들이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을 바꿨다. 반면 팀 쿡은 그가 남긴 제품과 사업을 거대한 글로벌 시스템으로 확장했다.
수플레는 재료와 조리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븐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재료의 균형을 맞추고, 형태가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애플이라는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잡스가 애플의 핵심적인 레시피를 만들었다면 팀 쿡은 공급망과 서비스, 생태계, 조직 운영을 통해 그 레시피가 세계적인 규모에서도 작동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팀 쿡이 CEO로 물러나는 2026년의 애플은 2011년의 애플과 같은 회사이면서도 전혀 다른 규모와 구조를 갖게 됐다. 매출과 기업가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는 서비스와 웨어러블, 자체 반도체로 확장됐다.

이제 팀 쿡은 CEO 자리를 존 터너스에게 넘긴다. 존 터너스는 2026년 9월 1일 오늘부터 애플의 새로운 CEO가 되며, 팀 쿡은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회사의 주요 업무와 글로벌 정책 입안자들과의 소통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팀 쿡이 애플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15년 동안 이어진 '팀 쿡의 애플'은 이제 막을 내린다. 잡스가 애플을 다시 혁신의 상징으로 만들었다면, 팀 쿡은 애플을 거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그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어쩌면 특정 제품이 아니라, 잡스가 만들어놓은 혁신이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도록 만든 거대한 시스템일 것이다.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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